Summary
조직설계의 목적은 효율적인 조직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기업에서 조직설계는 여전히 인원 수와 직책 배열의 문제로 다루어진다.
성과가 나는 조직설계와 그렇지 않은 조직설계의 차이는 구조의 모양이 아니라 그 구조가 의사결정과 실행의 속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되어 있는가에서 갈린다.
필요성
조직설계는 기업이 성장하거나 환경이 바뀔 때 가장 먼저 손대는 영역 중 하나다.
그러나 조직설계가 성과에 미치는 영향은 즉각적으로 가시화되지 않기 때문에, 설계의 질이 낮아도 한동안은 문제가 드러나지 않는다. 구성원들이 구조의 비효율을 개인의 노력으로 메우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상태가 지속될수록 조직의 실행력이 구조가 아닌 특정 개인의 역량에 의존하게 된다는 점이다.
핵심 인재가 이탈하거나 사업 규모가 커지는 순간 구조의 취약성이 한꺼번에 드러난다.
조직설계에서 가장 핵심적인 설계 변수는 Span of Control과 Layer 구조다.
Span of Control은 한 명의 관리자가 직접 관리하는 인원의 수를 의미하고, Layer는 최고경영자부터 실무자까지의 위계 단계 수를 의미한다.
이 두 변수는 서로 반비례 관계에 있다. Span of Control이 좁아질수록 Layer가 깊어지고, Span of Control이 넓어질수록 Layer가 얕아진다.
중요한 것은 이 두 변수의 조합이 의사결정 속도, 관리자의 역할 정의, 구성원의 자율성, 커뮤니케이션 왜곡 수준을 결정한다는 점이다.
Layer가 많은 조직은 정보가 위아래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걸러지고 지연된다.
현장의 문제가 의사결정자에게 도달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결정이 현장으로 내려오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
반면 Span of Control이 지나치게 넓으면 관리자가 개별 구성원을 실질적으로 관리하지 못하고, 조직은 관리 없이 작동하는 구조가 된다.
성과가 나는 조직설계는 이 두 변수를 전략과 업무 특성에 맞게 정합하게 조율한다.
기업에서 흔히 하는 실수
첫째, Span of Control을 조직 전체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이다.
업무의 복잡성과 구성원의 숙련도에 따라 적정 Span of Control은 달라진다.
높은 판단력과 자율성이 요구되는 전략 기획 조직과, 표준화된 프로세스로 운영되는 운영 조직에 동일한 Span of Control을 적용하면 어느 한쪽은 반드시 과잉 관리되거나 방치된다.
둘째, Layer를 줄이는 것 자체를 목표로 설정하는 것이다.
조직 슬림화라는 명분으로 Layer를 줄이면 의사결정이 빨라질 것이라 기대하지만 권한 위임 없이 Layer 축소 시 결과는 반대로 나타난다.
중간 관리자가 사라진 자리를 상위 리더가 채우게 되면서 오히려 의사결정이 위로 집중되고 실무자는 더 많은 승인을 기다리게 된다.
실무 적용 포인트
① Span of Control을 업무 유형별로 차등 설계하라
적정 Span of Control은 단일 기준으로 정할 수 없다. 업무의 표준화 수준, 구성원의 숙련도, 의사결정의 복잡성, 협업의 긴밀도에 따라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고도의 판단과 창의성이 요구되는 업무일수록 Span of Control은 좁아야 하고, 표준화된 반복 업무일수록 넓어도 무방하다.
실무적으로는 조직 내 직무 유형을 크게 전략형, 운영형, 전문가형으로 구분하고 각각의 적정 범위를 다르게 설정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이 작업 없이 Span of Control을 일률적으로 설정하면, 관리자는 과부하에 걸리거나 역할이 형식화된다.
② Layer 구조는 권한 위임 설계와 함께 결정하라
Layer의 수는 그 자체로 좋고 나쁨이 없다. 문제는 각 Layer에 실질적인 권한이 배분되어 있는가다.
Layer를 줄이는 결정을 내릴 때는 반드시 각 Layer가 독립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의사결정의 범위를 함께 재정의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어떤 의사결정이 현장에서 자율적으로 처리될 수 있는지, 어떤 결정이 상위 Layer의 승인을 요구하는지를 명시적으로 구분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 작업 없이 Layer만 줄이면 권한은 사라지고 책임만 내려오는 구조가 된다.
③ 관리자의 역할을 구조에 맞게 재정의하라
Span of Control이 넓어지면 관리자의 역할은 달라져야 한다.
좁은 Span of Control 환경에서는 관리자가 개별 업무를 직접 점검하고 지시하는 방식이 가능하지만, 넓은 Span of Control 환경에서는 이 방식이 작동하지 않는다.
관리자는 개별 과업의 관리자가 아니라 방향 설정과 자원 조율의 역할로 전환되어야 한다.
조직설계 과정에서 Span of Control을 조정할 때, 관리자 대상 역할 재정의와 이에 맞는 역량 개발 계획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④ 비공식 Layer를 식별하고 설계에 반영하라
공식 조직도에 나타나지 않는 실질적인 위계가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직책은 같지만 실제로는 다른 구성원들의 업무를 검토하거나 승인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시니어가 있거나, 공식 보고 라인과 별개로 특정 리더를 경유해야만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관행이 형성되어 있는 경우다.
이런 비공식 Layer는 공식 Layer 수를 줄여도 실질적인 의사결정 단계를 늘리는 효과를 낸다. 조직설계 과정에서 이를 진단하지 않으면 구조는 바뀌었지만 작동 방식은 그대로인 결과가 반복된다.
⑤ 조직 규모 변화에 따른 설계 재검토 주기를 명시하라
조직설계는 한번 완성되면 고정되는 것이 아니다. 인원이 일정 규모 이상 증가하거나 사업 구조가 바뀌면 기존 설계의 정합성이 흔들린다.
일반적으로 조직 규모가 두 배로 커질 때마다 Span of Control과 Layer 구조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를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하지 않으려면 조직 규모 또는 사업 변화의 특정 임계점에 도달했을 때 설계 재검토를 자동으로 트리거하는 기준을 내부적으로 정해두는 것이 효과적이다.
HR이 이 기준을 선제적으로 제안하고 관리하는 것이 조직설계에서 HR이 전략적 역할을 하는 방식 중 하나다.
맺음말
성과가 나는 조직설계는 정답이 있는 구조를 찾는 것이 아니다.
조직이 실행해야 할 전략, 처리해야 할 업무의 성격, 구성원의 역량 수준에 맞게 Span of Control과 Layer를 정합하게 조율하는 것이다.
구조는 전략을 담는 그릇이다. 그릇의 모양이 담아야 할 내용물과 맞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전략도 실행 과정에서 흘러내린다.
조직설계를 인사발령의 문제가 아닌 전략 실행의 문제로 다루는 것, 그것이 HR이 조직설계에 접근해야 하는 방식이다.